IT 엔지니어가 마주하는 씁쓸한 현실

기술과 열정,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

IT 시스템, 네트워크 엔지니어라 하면 왠지 멋있게 느껴지지 않나요? 서버룸 한가운데서 다양한 장비들과 씨름하며 초 단위로 장애를 복구하고,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하는 전문가의 모습. 하지만 그런 화려한 이미지 뒤에는 우리만의, 씁쓸한 현실이 있습니다.

높은 기술력과 빠른 대응력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들. 오늘은 엔지니어들이 일하면서 마주하는 현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실 겁니다.


엔지니어들이 마주하는 씁쓸한 현실

A. 24시간 풀 가동, 하지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업무

한국의 IT 엔지니어에게 ‘칼퇴근’이나 ‘워라밸’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시스템 유지보수나 네트워크 업무를 맡고 있으면 주말도 없고 밤도 없는 일상이 펼쳐집니다.

  • 장애 대응 = 즉각 출동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라는 알림이 새벽 3시에 울려도, ‘당연히 바로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잠도 업무 시간이 되는 현실.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한 시스템은 멈출 수 없기 때문이죠.
  • 유지보수 창구는 ‘새벽 2시’
    고객사 비즈니스를 방해하지 않으려면 유지보수 시간은 새벽이나 주말로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시간에 작업을 하고 나면 다음 날 출근 시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장비 업그레이드요? 네, 이번 토요일 새벽에 할게요.”
“점검 잘 마치고 왔어요? 그럼 월요일에 바로 리포트 올려주세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죠.


B. ‘보이지 않는 노동’, 하지만 문제는 ‘내 탓’

시스템이 멀쩡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작은 문제가 생기면 비난의 화살은 한순간에 엔지니어에게 돌아옵니다.

  • 잘되면 당연하고, 안 되면 네 탓
    네트워크 속도가 조금 느려지면 “엔지니어 뭐 했냐?”라는 소리를 듣고, 장애를 해결하고 나서도 “왜 이런 문제가 생겼냐?”는 질문이 쏟아집니다. 마치 모든 문제는 엔지니어의 실수인 것처럼 말이죠.
  • 예방적 조치? ‘눈에 안 보이는 일’은 평가받지 못한다
    유지보수나 장애 예방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입니다. 평소에 철저히 준비하고 점검해도 “그건 원래 해야 하는 일 아니야?”라며 평가받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작은 실수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비난이 집중되죠.

C. 빠른 기술 발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IT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바뀝니다. 엔지니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 업무도 바쁜데, 자기계발도 필수
    주어진 일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 와중에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학습하고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야만 도태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올드한 엔지니어’로 낙인 찍히기 쉽죠.
  • 자격증과 스펙 압박
    “이거 있으세요?”
    엔지니어의 역량은 경험과 실력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격증스펙이 평가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D. ‘을(乙)’의 입장,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

엔지니어는 대부분 고객사나 협력사와의 관계에서 을(乙)의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장비 납품이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고객사의 요구 사항이 무리하더라도, “일단 맞춰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거 오늘까지 가능하죠?”
    촉박한 일정에 장비 납품부터 설치까지 초스피드로 진행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엔지니어의 실수로 몰리기 쉽습니다.
  • 무리한 기능 추가 요구
    시스템 구축 중에 예상치 못한 기능 추가를 요구하면서도 시간과 비용은 그대로 두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는 딸깍이가 아니다.

엔지니어로서 일하는 현실은 ‘한국적’인 업무 환경과 만나면서 더 녹록지 않습니다.
새벽에도 알림 소리에 잠에서 깨고,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야 하죠.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흔히 비하하는 용어로 딸깍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엔지니어입니다.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 중 80%가 유지보수 비용이라고 하죠? 즉 개발 비용 20%를 제외하면, 80% 유지보수 과정에 우리가 관여하고 있으며, 완벽한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엔지니어의 노동과 기술력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모든 엔지니어분들, 수고 많으십니다. 기술을 통해 세상을 유지하는 여러분의 노고가 언젠가는 더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라며, 언제나 힘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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